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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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by digitaldurian9988 2025. 4. 26.

내가 어릴 때 어머니는 늘 동구 밖에서 나를 기다리셨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나의 형제 자매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일이다. 행여 밤 늦게까지 가족중 누가 한 사람이라도 오지 않으면 어머니는  주무시지도 않고 집을 들락날락 하시며 자녀가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셨다. 이렇게 자랐기에 나 또한 퇴근 시간이나 귀가 시간이 되면 저녁 준비를 마치고 가족을 마중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작은 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큰 아이는 손을 잡고 우리집 강아지 로키까지 꼬리를 흔들며 퇴근하는 남편을 마중가는 것이 큰 기쁨이요 행복이었다.

외출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우리는 매일 여러가지 이유로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거나, 어둡고 추운 긴긴 겨울을 보내고 생명의 계절인 봄을 기다리거나, 승진을 기다리거나, 아이들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아픈 자에게는 손꼽아 회복을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나와 남편도 30여년 전, 결혼 예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므로 만남이 어긋나게 되었다. 나는 2시간 쯤 기다리다가 화가 나기도 했고 춥기도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은 약속 장소에서 장장 5시간 동안 나를 기다려 주었다. 우리가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문제는 우리의 소원과 바람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고 지지부진하면서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그 조급함 때문에 우리는 종종 가장 좋은 것을 놓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 빨리"라 한다. 그만큼 우리 나라의 문화는 빠른 문화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도 이루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을 빨리 이루는 가운데 우리가 놓친 것도 많이 있다. 길가에 핀 들 꽃을 볼 여유를 누릴 수 없었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불안하고 초조하게 되어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도 못했다. 외국에서 30여년을 살아온 나는 서울에만 가면 사람들이 늘 긴장하며 살므로,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긴장감이 나에게 전달되어  숨이 막힌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느린 문화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돌아보고, 자기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것에 자족하고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부러워 하거나 외적인 것들로 인해서 요동하지 않게되며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다림은 다른 사람들과 소중한 관계성을 맺게 해 주는 고마운 역할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부모의 품을 떠난 두 딸들에 대한 나의 마음은 기다림을 넘어 애틋한 그리움으로 변했다. 나의 어머니가 나를 기다려 주었던 그 마음으로 이제 나도 두 딸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장소, 시간차와 서로 바쁨으로 인해서 쉽게 만나지는 못한다. 다행인 것은 카카오톡을 통해 문자로 소통을 하거나 페이스 톡으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좋지만, 그래도 face to face 만 하겠는가 ! 행여 딸들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기다릴 때는 마음이 무너진다. 아이들이 엄마를 유난히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할 때는 위로받고 싶거나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과 함께 있는 나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고, 때때로 뼈에 사무치도록 두 딸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서울과 호치민에서 각각 혼자 살고 있는 두 딸들은 얼마나 부모를 기다리겠는가! 파견나온 회사 동료들의 가족들이 그들의 자녀를 보러 호치민에 가는데, 나는 같은 동남아 생활권에 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큰 딸을 방문하지 못했다.  이번 6월에는 만사 제쳐 놓고, 큰 딸을 만나러 호치민에  꼭 가야겠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승진을 기다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