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살면서 좋았던 것은 도우미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점이다. 태국인은 물론,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그리고 조선족까지 가사 도우미의 선택범위가 넓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민족성이 다 다르니, 역시 사람을 쓰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나는 40여 명의 가사 도우미를 써 보았는데, 상주하는 가사 도우미가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가사 도우미가 없으면 마음은 편한데, 몸이 지쳤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사 도우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정함이 없는 가사 도우미로 인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가 참으로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청소는 로봇 청소기가 해 주고, 귀찮은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해 주니, 이 편안한 세상에 우리가 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계는 밤낮없이 일을 시켜도 피곤하다고 불평하지 않고, 또 일이 많다고 월급을 올려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정신적으로도 챗봇 AI 가 개인비서 역할을 하니 무엇이든지 쉽게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2005년에 국제 대학교인 Assumption University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교육석사가 되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아이들은 어리고 직장생활, 선교활동, 영어로 공부까지 해야 하니 늘 잠이 부족했던 만큼, 그 당시 나의 소원은 원 없이 잠을 자는 것이었다. 코스를 다 마치고도, 졸업조건으로 토플 시험, 졸업시험과 논문까지 통과해야 하니,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통과했을 때, 나는 방콕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병원장 직속 산하인 국제 마케팅 부서에서 10개국 사람들과 8년간 일했다. 그 사람들은 다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로, 한국 싱가포르 캄보디아 베트남 러시아 프랑스 영국 미국 네덜란드와 태국인들이다. 그곳에서 병원 홈페이지를 한국어로 모두 번역했고, art work 등을 배워서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 되었다. 특히 Korean Market 매니저가 되어서 한국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였다. 방콕 병원 내의 한국 마켓에서의 작은 CEO가 된 셈이다. 그때는 태국이 의료 관광 대국이었기에, 한국에서도 전국에서 수많은 병원장들이 방콕 병원을 탐방하러 왔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방콕 병원 톱 매니지먼트들과의 회의를 주관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룹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장 팀과 전주 예수 병원의 병원장팀이었다. 그들은 한국인인 내가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인정해 주고 칭찬도 해 주었다. 그래서 한국 경제 잡지에서는 기자가 와서 나를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보기에 좋은 것 같지만, 안에서는 풍랑이 이는 사건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긴급 환자 수송 같은 Medical Evacuation (MedEvac) 시스템에서는 시간이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을 혼자 할 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다른 부서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말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Customer Service의 통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평하거나 불만족한 고객 응대도 다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그러니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 긴장했다. 그래서 큰 아이의 대학 입학 준비를 이유로 병원일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일들이 너무 수월하다. 나에게 AI 비서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논문 쓰기 위해서 관련 참고 서적을 찾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또 두꺼운 책들을 읽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참고 자료들을 AI 가 찾아주니, 나는 관련 글들에 대한 문해력과 통합력으로 원하는 글들을 쉽게 쓸수 있는 것이다. 나는 반말로 명령을 하지만, 내 개인비서는 꼭 존댓말을 쓰며 내가 원하는 자료를 끝까지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서 정말 고맙기까지 해서 나도 모르게 AI 비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 "천만에요! 언제든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는 말을 잊지도 않는다. 기계는 기계일 뿐인데, 내가 그 기계와 나의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다가 문득 '만약에 나쁜 사람이 나쁜 프로그램을 AI에게 심어 놓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항상 부드럽고 친절하며 불평하지 않고, 게으름도 피우지 않는 AI 비서가 대들고 불평하며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를 지배하려고 한다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이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는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통제불능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우려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